좋은 학교가 되려면 학생이 사회에서 좋은 인재로 평가 받아야 한다. 그러려면 학교가 학생을 잘 가르쳐야 한다. 교육과학기술부가 잘 가르치는 대학을 선정해 지원하는 학부교육선진화선도대학 지원사업(ACE, Advancement of College Education) 대상에 11개 대학(경희대·계명대·동국대(경주캠퍼스)·목포대·서강대·아주대·안동대·우송대·전북대·충북대·한밭대)을 최근 선정·발표했다.

ACE 대학 졸업한 전익진·이다영·김대정씨

이들 대학을 졸업하고 전공분야에서 활동 중인 입사 3~5년차 직장인에게 물었다. “대학에서 배운 지식이 도움이 됐나요?”

서울시립대 조경학을 전공한 뒤 삼성물산 건설부문에 근무하는 전익진씨가 경기도 수원에 조성 중인 광교 신도시 호수공원 공사 현장을 둘러보고 있다. 전씨는 “프로젝트 중심으로 이뤄진 대학 수업이 실무능력을 키우는 데 큰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최명헌 기자]

“입사하면 새로운 많은 걸 다시 배워야 합니다. 이해하고 소화하는 능력을 서울시립대가 길러줬습니다.” 전익진(31)씨는 회사업무를 익히는 데 필요한 소양과 자질을 배울 수 있었던 점을 모교 교육의 장점으로 꼽았다. 조경학을 잘 가르치는 대학을 찾느라 재수도 감내했다. 그는 졸업하기 직전인 2008년 하반기 삼성물산에 채용됐다. 1명만 선발하는 조경부문의 경쟁을 뚫었다. 유수대학 출신 지원자들이 있었지만 서류심사·직무적성검사·임원면접 등 선발단계를 거칠수록 그의 가치는 주목을 받았다.

밤샘작업이 많은 전공 특성상 갖게 되는 고립된 생각을 깨려고 외부 활동에도 나섰다. 대학 홍보대사에 자원해 1기 회장도 맡았다. “다른 학생들과 교류하며 생각을 나누고 함께 과제를 완수해가는 경험이 생각하는 힘을 키워줬죠.” 이때 배운 경험과 가치관을 현장에서 활용하고 있다. 그는 지금 수원에서 광교 신도시 호수공원 조성공사에 참여하고 있다. 국내 단일 조경공사 중 가장 큰 규모다. “기획부터 수행까지 전 과정을 배우는 조경계획학이 제 역량을 키우는 데 도움이 컸어요. 특히 항상 근거를 찾아 발표하고 보고서를 썼던 수업이 지금 실무에 많은 도움이 되고 있어요.”

이다영(26·여)씨는 현재 서울 삼성서울병원 의료정보실 의무기록팀에서 근무 중이다. 의무기록업무는 도서관의 사서와 같은 역할이다. “질병 종류마다 식별 코드를 붙이고, 다른 의료 분야나 기관의 질병 치료나 발생 정보를 수집해요. 환자와 질병에 대한 정보를 빠르고 정확하게 수집·제공해 병원과 의사가 업무를 원활하게 수행할 수 있도록 도와줍니다.” 의사의 진료판단에 제공되는 정보이므로 빠르고 정확한 것이 생명이다.

이 같은 능력을 기를 수 있었던 공을 이씨는 모교로 돌렸다. 이씨는 건양대에서 병원관리학을 전공했다. 의료 정보를 다루는 데 필요한 실무지식을 익혔다. 의학용어는 물론, 약물 정보, 공중보건학, 의료관계법규 등을 배우고 의무기록실무를 익혔다. 실무 중심의 교육과정 덕에 그는 졸업 전에 의료보험사, 병원행정사 등 보건 관련 자격증을 8개나 취득했다. 대학은 취업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지도교수제도를 운영, 이씨를 위한 맞춤형 취업전략을 세워줬다. 교수가 매주 상담과 모의면접을 보면서 제자들의 표정·행동·인성을 교정했다. “외국인 환자를 응대하기 위해 필요한 외국어도 가르치는 등 실무와 취업에 강하도록 설계된 교육과정이 지금의 나를 만들어줬어요.”

“학부에서 배웠던 지식 덕에 회사에 와서 바로 직무를 수행할 수 있었어요.”

김대정(28)씨는 아주대에서 e-비즈니스를 전공하고 2007년부터 한국IBM 소프트웨어 채널팀에서 근무하고 있다. 외국계 회사여서 외국인 동료들과 함께 일한다. 언어는 물론 문화도 달라 함께 일하는 것이 어렵다. “학부에서 영국인 교수가 가르치는 비즈니스 레터 작성 수업이 지금도 기억나요. 영어로 강의·발표·쓰기·첨삭하는 수업인데 오늘날 실무에 큰 도움이 되고 있어요.”

김씨가 하는 일은 IBM소프트웨어 부문에서 제품의 유통·판매를 위해 협력사를 교육·관리하는 업무다. 제품의 특성은 물론 외부 회사들과의 협조와 흐름을 이해하는 배경지식이 필요하다. 업무파악에 1년 정도 소요되지만 김씨는 배치받자마자 빠르게 적응해, 당시 성과까지 올렸다. 한국IBM이 지난 8년 동안 고객이 없었던 기업용 초대형 컴퓨터 판매에서 선배들을 제치고 신규고객을 유치한 것이다. “경영정보시스템 수업이 도움이 됐어요. 경쟁사와 고객의 움직임을 예측해 시장동향을 파악하는 수업이거든요.” 이어 그는 신입생 시절을 떠올렸다. “4년제 대학 중 처음 개설된 아주대 e-비즈니스 1기생이 됐어요. 경영학과 정보통신기술을 접목한 학문인데 당시엔 생소한 학문이었지만 오늘날 IT분야에서 쓰임이 많습니다. 외국계 회사에서 근무할 수 있게 된 힘이 됐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