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순위자 무려 583만명 어떻게
노부모 부양·다자녀 특별 공급분과 85㎡ 초과 민영주택 등 틈새 노려라

1순위자가 아니라면 어떻게
4.5% 이자에 세금혜택, 훌륭한 정기적금 사회 초년생은 기간 채우며 꾸준히 붓자

2년 전만 해도 재테크 전문가들이 한목소리로 내집마련을 위해 없어선 안 될 필수품이라며 권했다. 그런데 막상 가입하고 2년이 지나 보니 쓸모없는 애물단지가 됐다. 전문가 말만 듣고 헛심 쓴 건 아닐까. 지난 2009년 5월 처음 출시돼 '만능청약통장'으로 불리며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던 주택청약종합저축 얘기다.

이 통장은 이미 출시된 지 2년이 지나 최초 가입자 583만명이 주택청약 1순위 자격을 가지게 됐다. 문제는 1순위자가 너무 많이, 한꺼번에 등장한 것이다. 금융결제원에 따르면 올해 4월 말 기준 전체 청약통장 가입자 1507만명 가운데 73%인 1101만명이 주택청약종합저축 가입자다. 주택 형태나 평형, 자격 제한 없이 청약할 수 있다지만 가입자가 너무 많아 이제 막 1순위 자격을 얻은 수요자는 인기단지에 명함도 못 내미는 형국이다.

향후 투자전망이 좋은 아파트를 꼽으라면 단연 보금자리 주택이다. 강남, 송파, 경기도 과천 등 서울 주거 선호지역에서 분량물량이 나와 입지가 좋고, 분양가는 주변 시세보다 저렴해 청약통장을 가진 이들이 군침을 흘릴 만하다. 한국토지주택공사가 사전예약을 받은 강남 보금자리지구는 6월에, 위례신도시 본청약은 하반기에 실시될 예정이다.

그런데 결론부터 말하자면 이들 단지는 만능청약통장에 가입해 새로 1순위자가 된 사람들에겐 그림의 떡이다.

한국토지주택공사가 공급하는 공공주택은 같은 1순위 안에서 경쟁이 있으면 무주택기간, 통장 납입횟수, 저축한 총액을 기준으로 청약의 당락을 결정한다. 가입기간이 짧은 만능청약통장으로는 당첨순위에서 만능통장이 등장하기 이전에 청약저축에 가입한 1순위자들에게 밀릴 수밖에 없다.

현재 만능청약통장 1순위자가 보금자리주택 같은 공공주택 청약을 위해 인정받을 수 있는 최고 저축금액은 월 10만원으로, 2년이 경과해도 인정받을 수 있는 총액은 240만원이 전부다. 반면 그 이전에 청약저축에 가입한 사람은 기간에 따라 훨씬 많은 저축액을 인정받는다. 만능통장의 이런 한계가 드러나자 작년 말까지만 해도 매월 20만명 수준이던 신규 가입자가 올 들어 10만명가량으로 확 줄었다. 만능청약통장 무용론이 고개를 들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고 2년 넘게 부은 청약통장을 이대로 놔둘 순 없는 일이다. 앞으로 5~6년을 더 부어야 청약 우선순위에 명함을 내밀 수 있지만, 많은 부동산 전문가들은 그때까지 현재와 같은 아파트 위주의 주택시장이 유지될지에 의문을 표시한다. 대안은 당장 새내기 1순위자도 뚫을 수 있는 '틈새'를 찾는 것이다. 보금자리주택 물량 중 특별공급분이나 전용면적 85㎡ 초과의 민영주택, 비인기 보금자리주택에 청약하는 것이 좋은 사례다.

납입 횟수, 가입기간 등이 짧은 만능통장 1순위자 가운데 3자녀, 노부모부양, 생애최초, 신혼부부 등 특별공급분에 청약할 자격이 있다면 이 부분을 집중 공략해야 한다. 미성년 자녀가 셋 이상인 부부라면 월 납입금을 6회 이상 납입하고, 무주택자면 청약에 나설 수 있다. 또 신혼부부 특별공급은 입주자모집공고일 현재 혼인기간이 5년 이내이며 자녀가 있는 무주택 가구주로 월소득이 도시근로자 가구당 월소득 400만원보다 작으면 청약할 수 있다. 생애최초 특별공급분은 저축액과 관계없이 자격만 갖추면 1순위에서 무작위 추첨하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당첨확률이 높다.

만능통장 1순위자들은 당첨확률을 높이기 위해 전용면적 85㎡ 초과 민영주택도 노려볼 만하다. 85㎡ 초과 주택은 가점제 50%, 추첨제 50%를 적용하기 때문이다. 통장 가입기간이 길지 않더라도 부양가족 수가 많거나 무주택기간이 길어 청약가점이 높으면 1차로 가점제로 도전하고, 탈락할 경우 2차로 추첨제로 또 한 번의 기회가 있어 보금자리 주택보다는 당첨확률이 높다.

만능청약통장에 이제 막 가입했거나, 1순위 자격을 얻지 못한 투자자는 어떻게 해야 할까.

1순위 자격을 얻었다면 빨리 통장활용처를 찾는 게 답이지만, 아직 1순위 자격을 얻는 데 시간이 걸린다면 가입기간을 채우는 것이 단연 유리하다. 1순위가 돼도 효용이 없다는 생각은 금물이다. 주택청약종합저축은 그 자체가 훌륭한 정기적금 재테크상품이기 때문이다.

기준금리가 3.25%로 올랐다지만 주택청약종합저축은 2년 이상 가입하면 연 4.5%의 이자를 주는 데다 세금혜택이 있다. 만능청약통장 보유자로 무주택 가구주인 근로자는 전용면적 85㎡ 이하의 주택 청약시 연간 불입액의 40%(48만원 한도) 내에서 소득공제를 받는다. 대학생이나, 내집마련까지 시간 여유가 있는 사회초년병이라면 은행적금을 붓는다는 생각으로 꾸준히 돈을 불리는 자세가 필요한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