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위는 모름지기 열로 다스려야 한다. 옛 조상은 온돌방에서 몸을 지지거나 뜨거운 삼계탕·보신탕을 먹으며 땀을 뺐다. 한국 특유의 여름나기 비법인 ‘이열치열(以熱治熱)’이다. 최근에는 찜질방이 한국을 대표하는 ‘이열치열’ 건강 시설로 자리매김했다. 세계의 맛집에 별점을 매기는 미슐랭 가이드는 2011년 찜질방을 ‘한국의 가볼 만한 곳’으로 선정했다. ‘한국 나눔 문화의 결정체’라는 설명이다. 미국 CNN이 운영하는 도시정보 사이트 CNNGo 또한 ‘서울이 위대한 50가지 이유’ 중 하나로 찜질방을 꼽았다. 세계가 주목하는 ‘찜질방 건강학’에 대해 알아본다.

찜질방에서는 30분마다 물 한잔을 마신다. 60도가 넘는 고온에서는 피부를 수건으로 감싸고 찜질 후에는 수분팩 등으로 늘어진 모공을 조여 준다. [중앙포토]

19일 오후 9시, 서울 송파구 문정동에 위치한 찜질방. 반지름 2.5m 면적의 참숯가마방에 위성현(59)씨 가족이 둘러앉았다. 위씨는 골프를 치고 난 후에는 항상 찜질방을 찾는다. 뭉친 근육이 풀어지면서 피로가 가시는 기분이 들어서다. 위씨의 딸 위미현(여·27)씨는 냉증을 앓아 온 터라 여름에도 손발이 차갑다. 처음에는 “무더운 여름에 웬 찜질방이냐”며 볼멘소리를 했지만 이제는 찜질방 매니어가 됐다. 위씨 가족은 참숯가마방을 시작으로 석빙고방·천연옥방·소금방 등을 차례로 돌며 땀을 뺐다. 부대시설인 한증막과 사우나·수영장까지 이용하고 나니 2시간이 훌쩍 지나갔다. 위씨는 “찜질방은 여름에 시간을 보내기 좋은 건강시설”이라며 “주 1회는 찜질방을 찾는다”고 말했다.

한국식 찜질방은 일본의 온천, 핀란드의 사우나, 우리나라에 있는 한증막과는 다르다. 가장 큰 차이는 원적외선이 방출된다는 점. 사우나는 전기로 공기를 데운다. 뜨거운 공기를 쐬기 때문에 찜질방보다 온도가 높고 습도는 낮다. 사우나는 돌로 만들어진 돔을 가열해 그 안에 들어가는 방식이다. 직접 불을 쐬는 돔 속으로 들어가므로 사우나나 찜질방보다 뜨겁고 자극적이다. 서울아산병원 재활의학과 진영수 교수는 “찜질방은 황토·게르마늄 등을 열로 달궈 그 안에서 열을 쐬는 방식”으로 “내벽에 있는 광물질 등에서 원적외선이 방출된다”고 말했다.

원적외선은 의료기기에 주로 이용된다. 경희대학교 한의과대학 정희재 교수는 “원적외선은 주파수가 짧아 피부 깊이까지 침투해 혈액순환을 활발하게 한다”고 말했다. 호르몬 분비가 일정하게 이뤄져 신경이 안정돼 피로가 회복된다. 신경통이 있거나 불면증·스트레스를 받는 사람이 효과를 보기도 한다.

찜질방은 크게 세 가지로 나뉜다.

첫째는 700~1300도 이상 고온에서 아궁이를 달군 뒤 내벽을 황토·맥반석·옥·게르마늄 같은 기능성 광물질로 장식해 그 열을 쐬는 불가마다. 차의과대학교 시스템헬스산업학과 장태수 교수는 “기능성 광물질은 원적외선뿐 아니라 다양한 건강 효과가 있다”며 “신체 내부의 독소와 염증을 제거해 면역력을 길러주고 몸을 따뜻하게 해 냉증을 예방하는 효과가 있다”고 말했다.

대표적인 것이 황토 찜질방이다. 원적외선이 풍부한 황토가 해충·곰팡이·세균 서식을 억제한다. 아토피·피부염 환자에게 좋다고 알려졌다. 광물에서 주로 나오는 방사선 물질인 라듐이 나오지 않아 안전하다.

옥 찜질방은 옥이라는 광물질을 내벽으로 감쌌다. 『본초강목』에는 옥이 위의 열을 제거하고 천식감소, 갈증제거 효과와 함께 심장과 폐를 보호한다고 쓰여 있다. 모발을 윤기나게 하고 눈과 귀를 밝게 해준다고 알려졌다. 특히 옥이 지닌 원적외선이 인체의 면역기능을 높여준다. 하지만 황토와 달리 가열했을 때 라듐 성분이 나오므로 몸이 약한 사람은 옥 찜질방을 피하는 것이 좋다.

게르마늄 찜질방은 항암작용을 하는 인터페론이 들어있다고 알려져 있다. 게르마늄은 주로 광천수에서 추출한다. 암세포를 파괴하는 세포를 증가시켜 대체의학에서는 암환자의 치료에 쓰이기도 한다. 무기력하고 신진대사가 떨어지는 사람에게 권할 만하다. 하지만 몸에 열이 많은 사람은 피한다.

소금방 찜질방도 있다. 질 좋은 천일염은 꽃소금보다 칼륨과 마그네슘이 풍부하다. 세포를 활성화시켜 소변을 잘 나오게 하고 대사를 촉진한다.

이 밖에도 맥반석 찜질방은 옥과 마찬가지로 원적외선을 내보낸다. 하지만 황토와는 달리 가열했을 때 인체에 유해한 방사선 물질인 라듐이 나오므로 면역력이 약한 사람은 피한다.

둘째는 참숯굴 찜질방. 참나무·굴참나무 등을 고온에서 태워 숯을 만들고 난 가마에 들어간다. 강동경희대한방병원 사상체질과 김달래 교수는 “숯은 몸이 차가워 냉증이 있는 사람에게 특히 좋다”고 말했다. 숯을 빼낸 가마는 초고온 상태로 바로 들어갈 수 없다. 2~3일이 지난 후 거적때기를 뒤집어쓰고 들어간다.

참숯굴 찜질방은 참나무·굴참나무 등을 태워 숯을 만들고 난 뒤 숯을 빼낸 가마를 말한다. 숯은 노폐물을 끌어모아 항균·항취 효과가 뛰어나고, 원적외선을 방출해 정신을 맑게 하는 효과가 있다. 노화방지와 노폐물 제거 효과가 있다. 설사를 그치게 하는 효과가 있어 설사를 자주 하거나 아랫배가 찬 사람에게 좋다.

세 번째로 저온 찜질방을 들 수 있다. 60도 이하의 낮은 온도의 찜질방으로 내벽을 대마 등으로 장식한다. 강동경희대한방병원 한방재활의학과 조재흥 교수는 “대마를 적절히 쐬면 숙면을 취할 수 있어 불면증이 개선될 수 있다”고 말했다.

대마는 ‘대마초’ 등으로 부정적인 인식이 강하지만 최근 치료용 대마 사용에 관한 관심이 높다. 원적외선을 방출하고 숙면에 도움이 되는 성분으로 알려졌다. 불면증이나 우울증으로 고생하는 사람들에게 권할 만하다.

참고서적 『일본 온천보다 나은 한국찜질방』(이우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