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루로드는 동해안 탐방로인 해파랑길의 영덕구간, 그 이름처럼 해안선을 따라 동해안 바다를 끼고 걷는 탐방로다. 인위적으로 새로 닦고 만들기보다, 현지 사람들이 이용하던 등산로와 마을길처럼 원래 있던 길들을 이어 만들었기에 영덕이 지켜오던 깨끗한 바다를 오롯이 느낄 수 있는 길. 영덕 블루로드는 총 길이 50km, A·B·C 총 3가지 코스로 나뉘고 각각의 코스는 넉넉잡아 5~6시간이면 완주할 수 있다.

세 코스 중에서도 오른쪽으로는 바다, 왼쪽으로는 산과 언덕을 끼고 걷는 B코스는 블루로드의 백미다. 민간인 출입이 통제되었던 해안가 군부대 군인들이 다니던 해안초소길을 탐방로로 개방하여 잘 보존된 자연 풍경을 볼 수 있는 것. 작은 어촌마을과 바닷길을 반복해서 걷는 코스로, 자칫 단조로울 수 있는 바다 풍경이지만 역동적인 형상의 바위들이 그 심심함을 채워준다. 게다가 피부에 와 닿는 야생의 자연이라니 더욱 매력적일 수밖에! 바닷가의 바위언덕을 오를 때면 바다와 나의 경계는 고작 로프와 말뚝 하나를 사이에 두고 걸을 정도다.

만약, 여분의 힘이 남아 있다면, 코스의 끄트머리인 축산항에서 누릴 수 있는 멋진 뷰도 놓치지 마시길. 축산항이 있는 해안길에서 죽도산 유원지 길을 따라 곧장 C코스 초입인 대소산 봉수대까지 걸어올라가면, 사방이 산으로 둘러싸인 아담한 항구가 수십 척의 크고 작은 배들과 어우러져 장관을 이룬다.

“걷기의 묘미는 자연의 이모저모를 오감으로 접하는 데 있습니다. 콘크리트로 단단하게 포장된 길에서 걷기를 즐기던 사람들도 한 번만 접해보면 그 매력에 푹 빠지고 말지요. 특히 제주 올레길에서 시작된 걷기 여행 열풍은 각 지자체들과 단체들이 앞다투어 걷기 코스를 개발하게 했습니다. 지리산 둘레길, 충청도의 솔바람길, 전북 진안 마실길…. 이러한 트레킹 코스들의 특징은 멋진 풍경뿐만 아니라 다양한 이야기를 가지고 있기에 더욱 인기입니다. 서울의 북한산 둘레길만 해도 효자 박태성과 인왕산 호랑이에 대한 전설이 있는 코스를 효자길이라 이름 지었듯이 말입니다. 때론 여행가, 문학가, 역사가처럼 여러 분야 전문가들의 협업으로 만들어진 걷기 여행 코스로의 여행은, 우리가 발견하지 못했던 그 지역의 자연, 문화, 역사에 대한 매력을 알려주니 더욱 값진 여행이 아닐 수 없지요.”

양정화(스타일리스트)